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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산업경영공학과 최동구 교수, [오피니언] 미래 전력산업, 데이터와 AI에 답이 있다

  • 등록일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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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은 오랫동안 하드웨어 중심의 영역이었다. 석탄화력과 원자력 등 대규모 설비가 전력 공급을 주도해왔다. 핵심 경쟁력은 발전소와 송전망 등 인프라를 확충해 안정적으로 수요를 맞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며 산업의 흐름이 급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같은 분산에너지 자원이 늘어난 결과다. 

전력망에 연결되는 자원의 종류와 수가 증가하면서 전력 시스템의 복잡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제 전력 인프라를 무작정 늘리는 전통적인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전력망의 비효율을 통제하고 극복하는 운영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다. 전력산업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4월 발간한 ‘에너지와 AI(Energy and AI)’ 보고서는 소프트웨어의 파급력을 정량적 수치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활용 시 송전망 신설 없이 전 세계 전력망에서 최대 175GW의 송전 용량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전력망 결함을 실시간 추적해 정전 시간도 최대 50%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규모 송전망을 새로 건설하지 않고도 기존 전력망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계통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혁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이러한 AI는 무엇을 기반으로 작동할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끊임없이 출렁인다. 이를 정확히 예측하려면 전국 발전소들이 기상 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기록한 누적 운전 데이터가 필수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도 이러한 데이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결국 전력 AI의 진짜 경쟁력은 현장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하며 선점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미 데이터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오픈 파워 AI 컨소시엄(OPAI)’를 출범시켰다. 엔비디아, 오라클 등 빅테크와 듀크에너지 등 주요 전력 기업들이 대거 동참했다. 이들의 목표는 발전설비 운전 이력과 계통 운영 데이터 등 산업 전반의 자산을 공동 활용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확보한 데이터로 전력산업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의 선제 투자 대상이 ‘데이터’라는 사실은 미래 전력산업의 패권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전력 특화 AI 모델과 데이터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현장에선 기상청 등 공공 데이터에 의존한다. 연구 초기 단계에서는 유용하나 실제 산업에서 활용 가능한 모델을 개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현장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기에는 해상도가 희미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데이터를 얼마나 자주 수집하는지를 의미하는 ‘시간 해상도’ 문제다. 현재 제주에서는 15분 단위 실시간 전력시장이 운영된다. 반면 제공되는 공공 데이터는 여전히 1시간 단위에 머물러있다.  시장의 변화 속도를 공공데이터가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둘째는 공간을 얼마나 촘촘하게 쪼개어 보는지를 뜻하는 ‘공간 해상도’ 문제다. 태양광 발전은 동일한 기상 예보 구역 내에서도 구름의 이동에 따라 출력이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공공 데이터는 현장의 디테일까지 제공하지 못한다. 여기에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 데이터 공개 범위도 제한적이다. 산업 전반의 AI 활용이 어려운 이유다.

이 한계를 깨려면 현장의 고품질 데이터가 모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민간에서는 이미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 에이치에너지는 전국 6000여 개 발전소에 원격단말장치(RTU)를 도입해 센서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개별 발전소 운전 데이터와 현장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AI 모델 자체보다 양질의 데이터를 우선시하는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민간 기업이 직접 구축한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전력산업의 경쟁력은 하드웨어 인프라였다. 이제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가치 있는 의사결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앞으로는 발전소와 송전망뿐 아니라 데이터 인프라와 AI 역량에 대한 투자도 전력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프로필 ▲(現)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부교수 ▲(現) 포항공과대학교 산업데이터사이언스전공 겸임교수 ▲(現) 포항공과대학교 무은재석좌교수 ▲(現)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 회원 ▲(前)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산업공학 박사

출처: [전기신문]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0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