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에 대한 보험 보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금 청구건의 과반이 NH농협손해보험의 농작물재해보험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화재, 재물보험 등 기존 민간 보험과 정부가 주도하는 시민안전보험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로 접수된 보험금 청구 건수는 총 4896건이며 이 중 3138건(64.1%)이 농작물재해보험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31건에 대해 보험금이 지급됐으며 손해액 산정이 완료되는 대로 나머지 건에 대해서도 지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정부와 민간에서 운영하는 화재보험과 시민안전보험은 가입률이 저조하거나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피해 보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산림 화재를 보장하는 화재보험 특약의 연평균 가입 건수는 6건에 불과하다. 산림청이 소유한 국유림은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화재로 인해 청송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제12호 국립공원 주왕산 2000㏊도 소실됐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험 상품의 실효성을 높이고 가입률을 제고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화재보험과 시민안전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정광민 포스텍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재해보험이라는 이름을 단 명확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재물보험, 화재보험, 자동차보험 등이 극한 기상현상에 따른 손실 증가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기존 보험 상품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설계와 민관 협력 구조(PPP)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지자체는 농작물 재해보험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공주시는 농가의 보험료 부담을 더욱 줄여주기 위해 농가 자부담 비율을 기존 5%에서 2.5%로 낮췄다. 고창군은 농작물재해보험에 32억5000만원 예산을 편성해 농가 보험료의 90%를 지원하기로 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4일 개최된 '2024년 NH농협손보 연도대상'에 참석해 "산불로 피해를 본 농민들이 빠르게 영농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사고 조사와 보험금 지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상 체계가 단기적 복구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기후 위기 시대에 반복되는 대형 재난에 대응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보험업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보험과 자본시장을 연계한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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