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의 연구자들은 기존 관습에 충실합니다. 반면 주니어 연구자는 자기표현의 욕구가 강한 것 같습니다. 연구에서도 세대의 색깔이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의 이런 성향은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니어와 주니어의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는 두 세대의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서로 어려움을 느끼는 주니어와 시니어의 소통 문제는 모든 연구자들의 고민거리 입니다."
김광재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는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IBS관에서 열린 '2024 사이언스 얼라이브'에서 열린 '시니어가 묻고 청년이 답한다' 토론회에서 시니어 연구자와 주니어 연구자의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시니어와 주니어 연구자의 원활한 소통을 모색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고찬영 KAIST 박사과정생은 "현직 대학원생 입장에서 시니어 연구자들이 어려운 존재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을 한 번 쓸 때도 몇 번이나 고쳐쓰면서 실수한 문장이 없는지 살피게 되는데 시니어 연구자들을 대할 때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시니어 연구자도 주니어 연구자와의 벽을 느낀다고 답했다. 김광재 교수는 "소통을 잘 하고 싶어서 노력을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1대 1 면담을 하는데 학생 입장에선 이러한 자리에서 다 풀 수 없는 깊은 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생뿐 아니라 졸업생을 만날 때도 교수에게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언뜻언뜻 느껴지는데 이럴 때마다 시니어와 주니어의 벽을 체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시니어와 주니어 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간극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고찬영 박사과정생은 "시니어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은 일종의 조직에 대한 규율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시니어 연구자와 비교했을 때 한참 부족한 주니어 연구자가 어쩔 수 없이 위축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주니어가 조금 용기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시니어 교수들도 현재 시니어와 주니어 연구자의 관계를 인위적으로 '뜯어고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광재 교수는 "시니어와 주니어의 다름이 각자가 속한 세대로부터 기인한다고 바라보기 보다는 개인의 특성이라 생각해야 한다"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일 때 경직된 소통의 문제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재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기성 세대가 지닌 '옳고 그름'의 가치관과 젊은 세대의 사고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좋고 나쁨' 가치관은 어느 한 쪽이 맞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둘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지 않고 각각의 사고 특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니어 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의 벽을 허무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재현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 교수는 "예전보다는 학생들이 교수를 편하게 대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모바일 메신저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이 사용되면서 가깝고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졌다고 본다"며 "이러한 부분에서 시니어와 주니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니어 연구자들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니어 교수들도 예전같지 않다. 은퇴를 앞두고서도 연구에 대한 열정과 활동력은 젊은 교수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이렇게 '젊어진' 시니어 교수들의 소통법 또한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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