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유통에 대비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관련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CBDC 모의실험이 2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과 기술을 갖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CBDC 대응 파일럿 시스템 구축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사업의 1차 목표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CBDC 도입 시 원활한 유통·결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검증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농협은행은 CBDC 핵심 인프라인 전자지갑 서비스를 준비하고, 플랫폼 테스트 범위를 대체불가능토큰(NFT), 스테이블코인 등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여기엔 주사업자인 LG CNS와 협력사 CC미디어서비스, 헥슬란트, 블록오디세이 등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에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이 힘을 보탤 예정이다.
CBDC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한국은행이 CBDC 도입 검토를 위해 기술연구 모의실험을 진행 중인데, 이 실험은 한은이 CBDC 제조·발행·환수 업무를 담당하고 민간이 이를 유통하는 2계층 운영 방식을 가정한다.
은행이 국가에서 발행·운영하는 디지털 화폐의 유통채널을 맡는 구조다. 연구사업 1단계를 지난해 12월 완료한 뒤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인 한은은 오는 6월 이후에는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CBDC 활용성 실험과 기술 검증을 확대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CBDC의 국내 도입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은행권에선 벌써 가시적인 성과들을 내고 있다. 향후 시장 개화에 대비한 움직임이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전초전이 시작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리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플랫폼을 구축해야 향후 CBDC가 활성화됐을 때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미래 먹거리는 물론이고 점유율 싸움까지 예상되는 만큼 한은의 연구사업이 끝나길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 1월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을 마쳤다. 이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결제·인증·자산 관리 등 각종 거래에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며,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이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CBDC 유통확대 실험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CBDC 발행을 대비해 지난해 3월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 시범 구축을 완료한 상태이며, 하나은행은 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CBDC 기술검증 관련 산학협력을 시행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에 사용된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Klaytn)을 기반으로 '멀티에셋 디지털 지갑' 시험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CBDC 외에도 가상자산과 지역화폐, NFT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 충전과 송금, 결제 등이 가능하도록 구현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블록체인 등 플랫폼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은 향후 CBDC가 발행됐을 때 빅테크에 맞서 유통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CBDC가 도입된다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이 시중은행"이라면서 "CBDC 발행과 유통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보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빅테크와의 경쟁에도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서울파이낸스(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452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