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지속 중인 코로나 사태로 뜻밖의 변화를 겪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가족의 회복'이다. 학교·학원을 가지 않는 자녀와 저녁 약속·회식을 줄인 부모가 집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커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큰 위험을 이겨내면서 "가족의 애틋함을 더욱 크게 느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인 정우성(42)씨는 지난해까지 해외 학회 참여 등으로 인해 1년에 12~13회 해외 출장을 다녔고, 야근도 잦았다. 자연히 육아는 모두 아내의 몫이었다. 그러다 지난 3월 정씨는 확진자의 직접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안방에서 자가 격리 생활을 했다.
정씨는 "2주간 거실에서 아이들이 떠들고 대화하는 소리를 방 안에서 듣다 보니 아이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지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정씨는 "안아주고 싶은데 안아줄 수 없고, 애틋한 마음만 커져서 보드게임, 책 같은 것을 배달시켜 깜짝 선물을 했다"고 말했다. 2주간 격리를 끝낸 정 교수는 동료 교수들의 자녀들과 함께 리틀 야구클럽을 만들었다. 자가 격리 기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고 다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정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족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정제영 교육학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는 불안과 공포가 사람들의 주된 감정이었 다면, 점차 새로운 상황에 익숙해진 이들이 '가족의 유대감'이라는 새로운 측면을 보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경제적 형편이 어렵거나 편부모 가정인 경우, 학교도 가지 못하고 일감도 없는 현 상황이 오히려 가정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가정의 회복'이 양극화로 흐를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200602)
원문사이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2/20200602002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