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의 효시인 비트코인은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는 인물이 제안하고 만들었다. 그는 “비트코인은 조작이 불가능하고 거래의 투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탈중앙화(decentralized)한 통화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당시는 미국발 금융 위기로 기존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때였다. 대형 금융 기업들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금융시장을 만드는 것이 비트코인의 목표였던 것이다.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만들며 블록체인(blockchain), 즉 분산 원장(元帳) 기술을 사용했다. 블록체인은 은행처럼 중앙 서버에 모든 것을 기록하는 대신 인터넷으로 연결된 참여자 개개인의 컴퓨터로 거래를 검증하고, 정해진 시간(10분) 안에 복사본을 정해진 대수(총 8만3000대)만큼의 컴퓨터에 저장한다. 거래 기록을 조작하려면 그 10분 안에 막대한 수량의 컴퓨터를 해킹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비트코인 이후 등장한 초기 가상 화폐 이더리움, 리플도 각각의 목표가 분명했다. 이더리움은 조작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을 전자 계약에 활용하려고 했고, 리플은 장부 정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해 빠른 송금과 결제에 초점을 맞췄다. 블록체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기 가상 화폐 개발자들은 기술로 세상을 편하고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취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가상 화폐 대부분은 사람들의 거래를 부추겨 돈을 벌려는 탐욕만 남았다”고 말했다.
가상 화폐 광풍과 별개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농수축산물 유통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원산지 허위 표시를 막고, 중고 명품이나 자동차 부품·의약품의 정품 인증 관리에도 블록체인이 활용된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을 블록체인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블록체인으로 기부금 모금·사용과 지역 화폐를 관리한다. 한성호 포스텍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은 각종 거래에서 인증 기관 없이도 투명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면서 “온라인 투표, 사회 복지, 부동산 거래 등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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