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인간이 노래를 부르고 기부까지 한다. 그가 상담하고 설교할 날도 올까. 가상인간 모델로 활동 중인 로지가 음반을 발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기아대책에 기부한다고 싸이더스스튜디오가 최근 밝혔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생전에 “구글의 알파고는 인공지능(AI)으로 유물적인 하나님을 만드는 것”이라며 경계한 바 있다. 기독교계는 AI를 우리 삶과 신앙 생활에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박정관 장신대(문화해석학) 교수는 27일 “AI가 발전한다는 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집단지성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바둑판, 판례 데이터베이스처럼 제한된 환경이 주어지면 AI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AI가 하나님과 교통하는 인격성까지 가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현재 교계에선 AI로 목소리를 만들어 성경을 통독하는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돌아가신 옥한흠 하용조 목사의 과거 목소리로 성경통독 음원을 만들어낼 수 있고 친숙한 목소리로 성경통독하는 게 즐거울 수 있다”며 “하지만 그들의 설교 사례를 모아 설교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영적, 윤리적 문제가 있다. 설교는 목회자가 현재 시점에서 하나님과 교통해 말씀을 해석하고 그의 인격을 거쳐 성도들에게 나누는 현재의 계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화철 한동대(과학철학) 교수도 “로지의 기부는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보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면서 “성도들이 지금 살아있지 않은 목회자의 목소리로 성경통독을 하는 것은 우려할 부분이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지 특정한 개인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을 이용해 좋은 설교나 상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계적으로 성경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목회자가 말을 더듬고 내용이 정교하지 않아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말씀을 전할 때 그것이 진정한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선용을 강조했다.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이사인 장수영 포항공대(산업경영) 교수는 “가상인간의 성상품화로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을 채우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AI챗봇을 이용해 성도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주는 것은 좋다”며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국민일보(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3575&code=231111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