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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영공학과 정우성 교수, 진격의 일본 로봇, 전세계 공장 절반 장악했다(22.02.21)
지난해 9월 일본 공장 자동화 기업 키엔스 창업자 다키자키 다케미쓰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을 제치고 일본 최고 부자 1위에 올랐다. 키엔스 주가가 코로나 이전보다 96%나 폭등한 덕분이었다.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센서와 측정기를 만드는 이 기업은 2020년 6월 시가총액 11조엔(약 114조1700억원)을 넘어서면서 소니그룹이나 NTT 같은 쟁쟁한 대기업을 제치고 일본 기업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키엔스의 급성장은 최근 세계시장에서 로봇과 부품 수요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해 세계 산업계가 부품난⋅인력난을 겪으면서 로봇과 자동화 장비 시장을 점령한 일본 기업들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공장 자동화 기업들은 자동차 공장의 생산 장비부터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센서, 검사 장비까지 아우른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의 핵심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업용 로봇이 세 배 늘었는데 매년 새로운 수요의 45%를 일본에서 공급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점유율은 각각 12%⋅7%에 불과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호에서 “일본의 산업용 로봇 업체들은 해외는 물론 일본 국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로봇과 자동화 설비는 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에 핵심적인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로봇, 글로벌 공급망에 필수 불가결
최근 세계 기술 기업들의 주가 하락에도 일본의 4대 로봇·자동화 업체인 키엔스, 화낙, SMC, 레이저텍의 기업가치는 5년 전보다 2.5배나 증가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레이저텍의 시총은 2018년 1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 2월 18일 기준 168억달러(약 20조844억원)로 늘었다. 4대 기업 매출도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화낙의 지난해 매출은 58억달러로 2019년(45억달러)보다 28.9% 올랐다. SMC는 같은 기간 46억달러에서 57억달러로 24%나 증가했다.
일본 4대 산업용 로봇 업체들의 특징은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매출 수준인 키엔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받는 이유는 이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50%가 넘기 때문이다. 나머지 세 업체의 영업이익률도 2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키엔스와 레이저텍은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고, 화낙은 로봇 공장을 자체 로봇으로 운영해 생산 비용을 줄였다. 화낙의 최대 공장은 한 달 동안 인력을 한 명도 동원하지 않고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국의 일본 장비 의존도는 더 높아져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직원 1만명당 로봇 사용 대수)는 932대로 세계에서 산업 자동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국내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부족, 산업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일본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독립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첨단 로봇과 장비, 부품 분야는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국내 수입 규모는 2019년 23억달러에서 지난해(1~11월) 44억달러가 돼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자동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본 로봇 기업들도 반도체 첨단 노광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 같은 ‘절대 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2/02/21/KUNYWYTQLFGPTP2NHDPWID26V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