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디지털 보험사 운영을 위한 규제 차등화와 장기적 혁신을 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조언했다. 어떤 역할을 할지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적자와 유상증자가 반복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비대면 판매채널에 맞춰 규제를 차등화하고 장기보험 판매 등 수익성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비대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디지털 보험사가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사의 반복되는 적자와 흡수합병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현실적이지 못한 변화가 문제를 가져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보험은 비대면에서 사업을 확장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작다. 은행과 증권처럼 예금이나 주식을 통한 고객의 자발적 가입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보험은 가입자가 언젠가 입을 수 있는 사고로 발생할 경제적 타격을 덜고자 가입한다. 사고가 언제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변에서 가입하도록 설득해야 가입을 결정하는 상품이다.
보험상품의 구조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디지털 보험사가 플랫폼에서 원활히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제도적 지원이나 수익성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디지털 보험사의 부진은 정립되지 않은 정책적 뒷받침 때문이라는 것이다.
□ 디지털 보험사 역할 제고…"유연한 운영 나서야"
국내 디지털 보험사들이 부진을 털지 못하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제가 차등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디지털 보험사의 상품 및 서비스 제공 등 운영에 있어서 어려움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풀어주는 과감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장은 "기존 보험사가 기존의 틀로 실행하기 어려운 혁신적 상품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디지털 보험사 출범 의도"라며 "라이트한 조직에서 새롭고 혁신적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인가가 되고 진행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보험사의 영업활동이 침체되는 상황이다. 캐롯손해보험의 흡수합병 가능성 등 불확실성도 덮쳐왔다. 디지털 보험사의 '혁신'만 기대하다 보니 안정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심화됐다는 시각이다.
손 실장은 "국내 현재 디지털 보험사가 직면하고 있는 채널 제약과 판매와 제조 가능 상품이 과연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인지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보험업계의 판매 이슈는 회계제도 도입과 규제 변화로 보장성 상품을 얼마나 장기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가 가진 온라인 판매채널로는 이를 극복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획일화된 규제와 상품 방향성으로 디지털 보험사도 결국은 일반보험사의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혁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손 실장은 "지금은 회계제도가 바뀌면서 대형사도 보장성 상품 중심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며 "디지털 보험사가 혁신을 하고 새로운 상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규제나 개발에서의 현실적 어려움이 타사와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 구조를 정착시키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 '보험 스타트업' 성장모델 필요…"수년 버틸 구조 갖춰야"
디지털 보험사의 '역할'도 고민이 필요하다. 단지 디지털에서 상품을 파는 보험사의 역할에 안주할 건지, 아니면 새로운 보험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을 맡길지 시야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광민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디지털 보험사는 기존 보험사와 판매채널에서 차이를 나타낸다"며 "매출을 늘려줄 고객과의 접점이 제한적이어서 판매기반을 갖춘 기존 보험사와 경쟁이 될 것이냐가 생존 성패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디지털 보험사가 단시간 안에 기존 보험사들과 경쟁하며 적자를 벗고 혁신을 주도할 역할을 맡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안은 적자를 감수하고 모회사로부터 증자를 받으면서 생존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증자를 이어가면서 생존을 바란다는 게 비현실적 구조라고 질타했다. 회사는 주주의 가치를 높이고자 존재하는데, 정작 디지털 보험사는 주주로부터 추가 자금을 계속 받아오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됐다고도 질타했다.
디지털 보험사의 역할이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측면도 있다고도 해석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디지털 금융 기조에 휩쓸려 디지털화가 진행된 측면이 있는 만큼 보험 사업모델을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나 사업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혹은 사업을 지탱할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자체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 내다봤다. 제도 개선을 통해 미국 테슬라 사례처럼 흑자를 낼 때까지 버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대안이다.
정 교수는 "국내 보험시장 규모가 전세계에서 7위인데 경쟁력을 가지려면 디지털 보험사에 대한 혁신을 서포트할 필요가 있다"며 "막대한 자본력을 활용할 근거를 마련해 적자가 계속 발생해도 흑자가 날때까지 버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아니면 펫보험이나 소액단기보험에 한정해 사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필요 자본금 규모를 완화시켜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보험사 규모에 맞추거나 상품 언더라이팅·포트폴리오에 기반한 지급여력비율 적용 등 대안을 마련하는 차등적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 포기할 수 없는 수익성…"보험상품별 수익 방안 고민해야"
이미 혁신은 이뤄지고 있으니 개별 시장의 수익성을 더욱 관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카카오톡 기반 보험상품 판매나 캐롯손보의 '퍼마일 자동차보험' 사례는 국내 보험시장 혁신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보험사는 비대면 채널에서 판매를 진행하면서 수익을 벌고 있는데, 비용이 그보다 더 많이 나오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보험사는 자체 플랫폼에서 제공하기 쉬운 상품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판매를 진행한다. 개발된 상품을 판매해 이익이 날 지는 불확실한데,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수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보험 시장 전체로 보면 디지털 보험사의 수익성은 나오고 있다"며 "단 시장별로 나눠 봤을 때 독립적으로 수익이 있는 시장과 없는 시장이 혼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보험사 규모별로 투입되는 비용이 제각각일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상품별 투입 비용은 각사가 동일한 수준"이라며 "보험사 규모가 작다고 해서 규모 큰 회사에 비해 비용이 작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용 등 고정비를 포함한 상품 단위마진 체계가 마이너스(-)를 가리킨다면 아무리 팔아도 순손실이 커지는 결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판매해도 순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라 문제가 반복돼다 흡수합병이나 사업 철수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보험사의 사업 방향성과 관련해 황 실장은 매출 성장보다는 비용 절감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출은 성장하고 있지만 비용이 더 늘어나 순손실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시장을 개선할 방법을 찾으라는 의미다.
황 실장은 "보험사는 모두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적용해야 한다. 근데 K-ICS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라며 "보험사의 규모나 판매채널별 차이를 근거로 예외를 두고 있지 않아 디지털 보험사만의 건전성을 파악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울러 "아니면 디지털 보험사별로 요율을 끌어올려 마진을 내는 방법도 있다. 단 이는 디지털 보험사가 가진 편의성을 다소 희생해야 하는 방법"이라며 "시스템 구축 등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많은 만큼 투입되는 고정비가 만만찮은 상황인데 이를 절감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50418500021#_enliple#_mobwcv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