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선박의 선외기(선박 외부에 설치하는 추진기관) 시장은 일찍이 일본 기업들이 장악했습니다. 다만 내연기관을 친환경 추진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지금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적기입니다. 조선업 도시 울산에서 우리가 개발한 선박 추진시스템 기술로, 업계 패러다임을 바꿔가겠습니다."
파로스마린은 친환경 선박 추진시스템 개발에 주력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 중소형 선박 추진시스템에 사용되던 가솔린이나 디젤 내연기관을 전기 추진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해양 모빌리티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우뚝 선다는 청사진이 있다.
이슬기(37)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이 회사에는 현재 전기·전자나 기계 등 공학을 전공한 직원 7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3년여 만에 완성한 첫 성과물은 '림(Rim) 구동 전기추진시스템'.
이 장치는 전동기의 고정자와 회전자, 프로펠러 등이 모두 동그란 테두리 관(duct) 내부에 설치된 것이다.
특히 프로펠러가 테두리에 붙어 회전하는데, 이를 위해 중앙 축이 없는 허브리스(hubless) 방식이 적용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런 형태는 프로펠러에 그물·로프·해조류 등이 걸려 감기는 사고를 방지하고, 물 저항이나 와류에 따른 에너지 손실도 방지하는 장점이 있다.
이 제품은 이제 막 상용화에 성공해 납품 주문을 받고 테스트에 돌입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회사 설립 이후 기술과 제품 개발에 매진하느라 지금껏 별다른 수익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인 제품 생산과 납품을 통해 매출 증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파로스마린은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선외기 개발도 병행,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공개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자체 개발과 기술이전 등을 통해 핵심 특허 8건을 등록하고, 5건 출원을 완료하는 등 회사의 기술력은 설립 4년 차 스타트업답지 않게 탄탄하다.
이 대표는 "직원 모두 당장 이익을 좇기보다는 가치 있는 회사를 만들어 해외로 진출하자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준 덕분에 오늘날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장래 유망한 이 회사의 시작은 이 대표의 우연찮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포항공대 재학 시절 약 2년간 북미에 있는 파나마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이 대표는 당시 조그만 어촌 마을에서 생활했다.
카리브해와 맞닿은 그 아름다운 해안은 그러나 선박의 매연과 소음, 새어 나온 연료로 형성된 무지갯빛 기름띠 등으로 하루하루 망가졌다.
그때 각인된 안타까움에 공학도로서 떠올린 이런저런 구상들이 점차 뼈와 살을 붙여 구체적인 사업 계획으로 발전했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나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통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한 끝에 파로스마린이 탄생했다.
이 회사가 뛰어든 분야는 일본 유력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실적 어려움이 없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자신감 충만한 대답을 내놨다.
"대기업은 인력, 자본 규모가 커서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선도적으로 끌고 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작은 기업에도 기회가 있는 것이죠. 중소형 선박에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도 일본 기업들이 한발 늦게 따라오고 있습니다. 핵심 기술력만 있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0824031600057?input=1195m)